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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부모가 박원순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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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1,045회 작성일 16-05-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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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 부모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편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5-17 16:54:06
        17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남연 대표가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청 민원실에 들어서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17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남연 대표가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청 민원실에 들어서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가 14일째 진행하고 있는 노숙농성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

        결의대회에서 장애인부모들은 서울시 발달장애인 6대 정책요구안 수용을 촉구했고, 절박한 현실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낭독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시장님.

        무슨 말씀으로 편지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빈 종이만 들여다 보았습니다.

        서울시 큰 살림 돌보시는 일이 얼마나 고달프실지요. 서울이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곳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곳으로 나날이 바뀌고 있는 것을 시민으로서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한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그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시는 일 속에는 시장님의 불면의 밤이 얼마나 많았을런지요. 이제 거기다가 이렇게 저희의 호소를 또 얹어야 하는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저희는 서울에서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어미, 아비들입니다. 지난 4일부터 지금까지 열 사흘째 시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하고, 시청 후문에서 노숙을 이어왔습니다.

        처음에 저희가 서울시를 찾아올 때, 저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의지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저희는 이전에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청사 바깥으로 내쳐졌습니다.

        저희가 끌려나오는 것이야 각오했던 일이지만, 필사적으로 붙잡는 어미의 손을 뿌리치고 번쩍 들려나가던 우리 아이의 눈빛이 너무 아팠습니다.

        또 팔다리를 휘저으며 마저 끌려나가는 모습을 사랑하는 아이에게 보였던 그 순간이 아프고 슬펐습니다. 그 아픔의 힘으로 열 사흘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련한 농성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이렇게 미련하고 딱한 방법으로 하루에 한 걸음, 열 두 발자국만큼 시장님께 다가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게 저희 자신의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할 겁니다. 저희 발달장애 부모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명줄은 내 새끼를 위한 거라고. 목숨걸고 지켜줄 새끼가 있기에, 오직 내 명줄에 기대어 있는 새끼가 있기에 우리 목숨도 지켜야 하는 것이지, 내가 나를 위해서 붙잡고 있는 생명이 아닙니다.

        내 일이라면 진작 포기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타협하기도 했을 겁니다. 다만 새끼 일이라서 미련하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발달장애라는 것이 약을 먹고, 치료하고 낫는 질병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식놈 손을 잡고 이렇게 속으로 말했습니다.

        “아이야, 이번 생은 너랑 나랑 이렇게 살다 가자.”

        우리 아이와 저의 이번 생은, 우리 두 모자의 생은 서로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이렇게 살다 가려 합니다. 우리 발달장애 어미 아비의 마음이 모두 이와 같습니다. 이 마음을 이해하시겠는지요?

        그러나 이런 마음으로도 감내하기 힘든 현실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저희는 모두 하루하루 새끼 앞의 길을 한 발 한 발 닦으며 걸어왔습니다.

        스무 살이 된 아이들은 어느새 절벽에 서 있습니다. 의무교육을 마치고 성년이 된 아이들의 발 밑에는 더 이상 닦을 땅이 없습니다. 이제 다시 집 안으로, 가족뿐인 곳으로, 하나의 정물인 양 들여놔야 합니다.

        시장님.
        저희는 그리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도 사회 속에서, 서울시민으로 살게 하고 싶습니다. 천만번 백만번 안쓰러운 내 새끼를 다시 그렇게 들여다 놓기 싫습니다.

        사회 속에서 어미 손만 잡아본 아이들에게 이웃과 친구와 동료의 손을 잡으며 살게 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그 마음과 희망을 담아 정성들여 정책요구안을 만들었고, 기쁜 상상을 하며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천천히, 차근차근 나중에 하자고 한답니다. 새끼의 삶이 걸려있는데 저희의 마음이 미룰 수가 있겠는지요. 세상 모든 일보다 우리 일이 제일 중요한 사람들인 것처럼 미련한 싸움을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어린이날 하루 전에 시작해서 어버이날, 부처님오신날을 지나며 시청 후문이 둥지인 양 자리잡고 앉아 농성을 이어왔습니다. 고르지 않은 날씨에 유난히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참 많이 불었습니다. 그 속에서 버티는 저희가 그악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라도 매일 외칠 수 있었던 건 참 좋았습니다. 저희가 이만큼이나 세상을 향해 신음 소리 내고 울어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요. 매일 울면서도 한편으론 후련했는지 모릅니다.

        미안하다고 눈물 글썽이며 말하고 우리를 막는 경찰들과 몸싸움 할 때, 저희는 자식같은 그들을 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밀고 있었습니다. 파도같이 밀고나면 우리는 서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옹색하고 차가운 농성장 구석은 우리 해방구였습니다. 이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이야기가 쌓이고 저희들은 단단해져 갔습니다.

        거리에서 어미와 함께 잠든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저희는 우리 아이들이 이 거리의 나날을 마음으로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엄혹한 곳인지를, 그곳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어미와 어비가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것을 마음으로 간직해 주길 바랍니다.

        침낭 속에 들어가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고, 차 소리, 청소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희는 이른 아침, 세상이 살아있는 그 부지런한 소리에 우리 아아들의 소리도 끼어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빌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원망도 했습니다.

        왜 세상의 마음들은 이곳에 와닿지 않는 걸까요. 얼마전 시장님께서는 “천하가 고통과 절망 속에 잠겨있기에 아직도 저는 편히 잠들 수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그 말씀을 듣고서 저희는 우리가 거리에서 차가운 등짝을 뒤척이며 잠 못 이룰 때 시장님도 같이 뒤척이셨다고 느꼈습니다.

        ‘협치와 협력, 상생과 합의의 공동체 정신’이 소중하다고 하셨습니다. ‘인간적 자본주의를 향한 적극적 행정의 소산’을 만들어내고 계신다 하셨습니다. 공동체 정신이 숨쉬는 대동사회, 시장님이 꿈꾸는 그 곳에 우리 아이들도 있는지요.

        청년이 희망이니, 절망에 빠진 청년에게 손을 내민다 하셨습니다. 그 속에 우리 아이들도 있는지요. 장하다 칭찬하시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자원으로서의 청년이 아닌, 우리 아이들도 장하다 손을 내밀어 주시는지요?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 하셨지요. ‘공부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고,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자 하셨지요. 그 곳에 우리 아이들도 있는지요? 우리 아이들도 먹고 자고 하며 인간답게 사는 것을 ‘할 수 있는’ 나라인지요?

        시장님.
        어미가 없는 세상에서 영문도 모르고 짐짝처럼 이리저리 치이다가, 어느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그 끔찍한 상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실 순 없는지요.

        저희 아이들도 아름답고 소박한 집에서 이웃들과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다가 보살핌 속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생을 마치게 될 것을 믿고 싶습니다. 약속으로 믿고 싶습니다.

        저희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에게 질긴 수명이라도 있기를 빌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백 살을 산다면 제게 백 서른 살 살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새끼가 있는 한 저는 백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밥 해먹이고 씻기고 보듬는 튼튼한 엄마일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백 서른 살 살면서 제 새끼 하나를 보듬는 것보다는 제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훨씬 옳은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희는 그 한결같은 심정으로 나와앉아 있습니다. 아픔을 같이 하는 것보다 강한 동료애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픔을 같이 하겠다는 것보다 큰 위로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편히 잠들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이 그런 의미였다고 믿습니다.

        서울을 희망이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도시로 만들고 있는 시장님.
        누구나 그렇듯 저희도 우리 아이를 이 세상에 데려오면서 많은 바람을, 아름다운 희망을 꿈꿨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한 인간에게, 그의 앞날을 꿈 꿀 수 없다면, 그것은 차마 못할 모진 죄이겠지요.

        그래서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으려고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줄기차게 버둥거리는 겁니다. 이 희망을 도와주십시오. 좋은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농성하면서 김치겉절이도 담가 오고 고구마랑 계란도 삶아오고 찰밥도 지어다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농성이 잘 끝나고 나면 잔치하자고 매일같이 말했습니다.

        멸치다시 내어 국수 말아서 떡이랑 김치랑 놓고 잔치할 겁니다. 시장님도 모시고, 눈물로 몸싸움 했던 청경도 의경도 불러다 우리 아이들이랑 한바탕 잔치하고 싶습니다.

        지난 어버이날, 저희는 아무도 카네이션을 달지 않았습니다. 농성장에서 아이를 한뎃잠을 재우며 꽃을 받을 순 없었습니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에 고운 꽃을 달아달랄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엔, 결국엔 좋은 날이 오면 우리 아이의 아름다운 손에 들린 꽃을 우리 아이의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슬프고도 벅찬 희망의 마음으로 꽃을 시청에 맡겨두겠습니다.

        저희와 같이 불면의 밤을 보내셨을 시장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미련하게 말을 거는 저희를 미욱하다 밉다 마시고, 저희가 우리 딱한 아이들 바라보듯 그렇게 바라봐 주십시오. 시장님의 환한 미소가 저희의 것이기도 한 것처럼, 저희의 미소도 시장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느라 정작 한 마디 말도 다가서지 못했을까봐 두렵습니다. 그랬다면 부디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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