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는 꼭,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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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1,238회 작성일 15-09-25 18:33본문
2016년 국토부 예산에도 시외이동권 예산은 ‘0원’2015.09.24 18:04 입력 | 2015.09.24 18:11 수정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가자!” 지난해 설부터 시작된 이 외침도 벌써 네 번째 명절을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속버스 출입구를 버티고 선 계단의 벽은 높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추석을 앞둔 24일 오후 2시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또 다시 버스 타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을 내고 버스표를 구매했음에도 끝내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호두과자는 언제 먹어보나!?", "2년째 표만 샀다! 버스는 언제타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4일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
현재 전국에 시·도 간을 오가는 광역 및 고속·시외버스는 총 9574대. 이 중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 40대만 저상버스로 도입되었고, 시외·고속버스 중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 5명이 올해 3월 국가 및 지자체, 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외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10일 버스 사업자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도입해야 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요지부동.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교통약자의 고속버스 접근권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16억 원을 편성했지만, 결국 정부 최종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고, 최근 국회에 제출된 2016년 국토교통부 예산에도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예산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문애린 전장연 활동가는 “국가가 정말 인권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무를 다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주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요구안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김준형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명시된 교통수단 중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버스다. 그런데 버스가 편의시설이 제일 안 좋다”며 “우리는 고향 가는 길에서부터 차별받고 배제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환경운동단체에서도 연대발언을 통해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는 소망이 얼마나 당연한 것이냐. 이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면서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만드는데 460억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이를 장애인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돈은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는데 먼저 쓰여야 하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버스를 타고자 이동하던 장애인이 경찰에 둘러싸여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
▲기자회견 참가자가 경찰의 제지에 항의하고 있다. |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들은 미리 예매한 버스표에 적힌 오후 3시 10분에 맞춰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이들이 미리 예매한 버스표는 남원행 4장, 논산행 1장, 익산행 1장, 당진행 1장으로 총 7장.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버스 출입구에 가기도 전에 경찰 방패에 가로막혀 좌절됐다. 논산으로 가고자 했던 이정훈 전장연 정책국장(지체장애 2급)은 “현재 논산에서 군인 생활을 하고 있는 교회 동생을 면회하러 가고 싶었다. 동생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이 억울한 사실을 국방부에도 좀 알려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은 이후에도 현장에서 버스표를 발매하여 버스 타기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까지 버스 타기를 이어가며 1박 2일 노숙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장애인들의 버스 타기 시도는 서울 뿐 아니라 대구, 광주,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