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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2일만에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끝.."새벽 맞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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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827회 작성일 17-09-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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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2일만에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끝.."새벽 맞는 느낌"

            
        장애인·빈민 대변 박경석·김윤영씨
        오늘 광화문광장 지하서 마무리
        "복지장관, 2차 계획 때 폐지 약속"

        빈곤층 죽음들 추모하려 '행동' 시작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의 '성지' 구실

        [한겨레]

        광화문 농성단(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5년간 이끌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왼쪽)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함께 섰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의 농성장. ‘송파 세모녀’를 비롯한 18명의 영정과 서명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5년을 지낸 곳이다.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곳에 와 헌화하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2012년 8월21일 시작된 농성은 그렇게, 1842일만인 5일 마무리된다. 농성을 이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을 지난달 30일 농성장에서 만났다. “불과 1년 전만해도 부양의무제 폐지가 가능할까, 바늘 하나 들어갈 구석이 있을까 싶었어요. 정부는 얼굴 한 번 안 보여줬고, 아예 논의 자체를 못했으니까.”(김윤영) 이러다 10년도 가겠다 싶었다. 지난해 추석, 농성장을 새로 지었다. 나무틀을 짜 선반을 놓고 2층 침대도 뒀다. “청와대에 가장 가까운 장기 농성장”(박경석)은 ‘진지’가 됐다. 이후 세상이 뒤집어졌다.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이 이어졌고, 장관이 직접 이곳을 찾았다. “장관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얘기했어요. 의지도 있고, 협의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시작이고 출발인 거죠.“(박)

        광화문 농성단(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5년간 이끌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문제로 지난 5년 간 숨져간 18명의 영정이 이들 뒤에 세워져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동행동이 결성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당시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부정수급자 색출에만 열을 올렸다. 복지부가 통합전산망을 도입했고 수급 탈락자가 속출했다. 얼굴도 까마득한 사위 탓에 수급에서 탈락한 경남 거제의 이아무개 할머니는 ‘법이 어찌 사람에게 이러느냐’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소식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렸어요.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이 탈락 통보를 받으면 그냥 죽는 거예요. 나가면 살 방법이 없다 생각하니까.”(김)

        그 죽음들을 추모하려 시작한 ‘행동’이 광화문에서 자리잡은 게 5년 농성의 시작이었다. 농성 첫날 경찰 진압을 하루종일 맨몸으로 버틴 활동가 10여명의 손엔 펼침막 하나 뿐이었다. 경찰은 장기농성에 필요한 물품 반입을 막았다. 마침 대선 국면이었다. 공동행동은 대통령 예비후보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각종 물건이 경찰이 막을 수 없는 후보들과 함께 들어왔다. “정세균 국회의장(당시 통합민주당 예비 대통령 후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이 올 때 가장 필요했던 천막을 몰래 들여왔거든요.”(김)

        이후 5년 동안 이곳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의 ‘성지’가 됐다. 공동행동에 참여한 228개 단체 회원들이 돌아가며 매일 이곳을 지켰다.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던 광화문역장은 언젠가부터 계고장만 보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엔 그 지지자들이 내려와 시비를 걸었고 지난 1월엔 한 태극기 집회 참석자가 배설물이 든 비닐봉투를 던지고 갔다. 5년 전 세상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무지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부양의무제 폐지나 개선을 공약했다.

        “노인분들이 우리 농성장을 부양의무제 폐지 운동본부라 부른대요. ‘운동본부죠?’ 그러면서 전화가 와요. 자기 목소리가 대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려준 것만도 큰 성과인 것 같아요.”(김) “긴 어둠의 터널이 있었다면, 지난 5년은 더 칠흑 같은 어둠이었어요. 아직 온전한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새벽을 맞이하는 느낌이긴 하죠.”(박)

        이들은 농성을 마무리하며 도움 받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할 생각이다. 친절했던 역사 내 청소노동자들과 추운 날 따끈하게 데운 두유를 쥐어준 인근 편의점 사장님, 교보빌딩 사무실에서 종종 내려와 준 인권변호사, ‘애증’의 광화문역장, 가끔 찾아와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