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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 [3.15광장]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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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1,203회 작성일 05-11-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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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심한 배려, 섬세한 손길로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침대 커버를 깨끗하게, 이부자리를 매일 신선하게 만들어주고,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우렁이각시처럼 한번 왔다 가면 주변이 산뜻하게 변해 있으니 참으로 기적 같은 일입니다. 제가 지난 2003년 여름, 마산에 왔었는데 그땐 혼자서 밥해먹고 출근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정말 열심히 요란을 떨었습니다. 그런다고 어디 집안이 깨끗해지겠습니까. 천장에 거미줄이 끼고 화장실에선 냄새나고 창문턱엔 먼지가 쌀알처럼 고이고 구석구석엔 곰팡이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게 어찌나 싫은지 용역회사에 사람을 불렀죠. 그들은 여섯 시간에 3만원을 받았는데, 저 혼자 사니 뭐 크게 할 게 있겠냐고 하면서 두세 시간에 다 끝내고 가버렸지요. 근데 가고 나서 손으로 더듬어보면 창턱엔 먼지가 그대로고 화장실구석 손 안 닿는 곳은 곰팡이가 그대로예요. 물론 그분들도 열심히 해주셨지만 우리 말고 또 다른 곳에 갈 곳도 있어서 아마 바쁘신 모양이더라고요. 저는 다른 시각장애인 동료에 비해 집안일을 잘 할줄 몰라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용역회사의 사람을 불렀죠. 그리고 그분들이 오시면 붙어서 이것도 좀 신경 써 달라, 저기도 좀 닦아 달라 그렇게 했는데 그게 어디 마음처럼 되나요? 어디가 어떻게 닦였는지도 모르겠고 어디가 더러운지도 잘 모르겠고, 뭐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부르면 한달이면 24만원이 들지요. 근데 구원은 아주 쉽게 주변에서 왔습니다. 창원에는 도우미뱅크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가사도우미를 보내준다고 해요. 저와 같은 시각장애인 동료들에게서 이런 정보를 듣고 그거야 뭐 돈만주면 어디든지 올 테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네요. 용역비의 10분의 1만 내면 가사 일을 다 챙겨준대요. 물론 가사 일만 아니고 외출동행, 책 읽기, 장하기, 병원가기 등 정말 모든 걸 다 해준대요. 우와 그거 정말일까? 그렇다면 나도 이용해봐야지. 그래서 전화번호를 물어 반신반의하면서 요청을 해봤죠. 하하하. 그런데 너무도 쉽게 응하는 거예요. 간단한 주소와 전화번호, 그것만 묻고도 그냥 사람을 보내주는 거예요. 저는 돈을 10분의 1만 받으니 뭐 등본 몇 통에다 장애인 카드 사본, 그리고 뭐 도장도 찍고 그럴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도 쉽게 보내주더군요. 근데 이분들은 자원봉사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구석구석 잘도 털어줘요. 화장실도 깨끗해지고, 발코니도 발 벗고 나갈만하고 우리집은 거실바깥 쪽에 마루가 있는데, 거기 누워 여름엔 혼자 창밖을 귀로 헤매면서 무학산 바람소리와 도로건너편의 새소리 하염없이 흘러가는 자동차의 소음을 귀로 쫓으며 혼자 맥주도 한잔 하곤 했지요. 그게 다 깨끗함에서 나오는 보너스였습니다. 저는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데, 저 자신은 게으르기 짝이 없지만 더럽고 지저분한 건 너무 싫어서 이걸 어떻게 말끔하게 해결할 길이 없을까? 고민했었는데, 이젠 정말 우렁이각시 하나 만난 기분입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도우미 뱅크에서 수고하시는 어머님 여러분들. 그리고 이런 제도로 우리 장애인들을 사람답게 만들어주시는 행정하시는 분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부산에서도 오랫동안 살았었는데, 이런 복지혜택은 정말 기대해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오래살고 볼 일입니다. 저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도서관 일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면 집안이 썰렁하고 후줄근한 냄새나고 그게 얼마나 서글픈지요. 이젠 일주일에 세 번씩 도우미 뱅크에서 사람을 보내주니 집안이 늘 신선하고 돈도 한달 다 해봐야 2만4000원밖에 안 들지요. 이건 저에게 용돈 20만원을 주는 것과 같아요. 저의 한달 수입이 100여만원인데 이것으로 24만원을 부담한다는 게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정말 24만원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부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눈이 안보이니 결혼하기도 정말 힘든데, 뭐 이렇게 되니 마누라 없이도 살만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도우미뱅크에 계시는 여러분, 그리고 도우미뱅크를 만드신 행정하시는 분들, 정말 복 많이 받으십시오. 거듭 감사드리며 이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장상호(시각장애인 도서관 관장) 독자 webmaster@idomin.com 2005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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