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엄마… 나… 세계 3등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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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8일 (목) 04:10 조선일보 [조선일보 권경훈 기자] ‘말아톤’의 감동은 끝내 수영에서도 물결쳤다. 전국체전 수영 종목 부산대표로 선발되며 파란을 일으켰던 자폐증 수영선수 김진호(19·부산체고 2년)군이 이번에는 체코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 국내 선수로는 처음 출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군은 대회 첫날인 6일 배영 100m 경기에서 1분07초66을 기록, 헝가리(1분04초59)와 아일랜드(1분07초45) 선수에 이어 3위로 골인했다. 7일 오전 1시50분쯤 경기도 평촌 김군 집의 전화벨이 울렸다. 체코에 함께 간 김군 어머니 유현경(44)씨의 전화였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보, 진호가 메달을 땄어요, 우리 진호가….” 수화기를 든 아버지 김지복(46)씨도 목이 메었다. “불편한 몸으로 몇 해 동안 그 혹독한 훈련을 아무 투정도 하지 않고 견뎌내더니….” 자폐증을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던 김군은 수영 장학생으로 중학교에 진학했으나, 경기도의 고교 중에서는 장애인 선수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부산까지 내려와야 했다. 어머니는 2003년 11월 아들이 부산체고에 합격한 뒤엔 남편을 평촌에 남겨두고 아예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았다. 김진호군의 키는 174㎝, 몸무게 74㎏. 수영선수로는 평범한 체구인데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은 전담코치 배내식(40)씨의 꾸준한 지도 덕분이기도 하다. 노력과 훈련과 주변의 정성. 이 삼박자는 수년 전 김군을 아시아의 정상에 올려 놓았다. 2002년 부산 아·태 장애인 수영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홍콩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은메달을 땄다. 지난 5월에는 비장애인들과 경쟁한 전국체전 부산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도 나간다. 9일까지 열리는 체코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의 남은 경기일정 중 김군은 가장 자신이 있는 자유형 200m를 포함한 배영 50m와 200m 등의 종목에서도 추가로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김군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너무 컸다. 경비 전액을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대회가 아니어서 메달을 따더라도 보상이나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부산 영도구의 영도구체육회와 영도구생활체육협의회는 지난달 말 김군의 어머니에게 격려금 2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군의 도전은 그칠 줄을 모른다. 그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전국체전, 전국체전이 끝나면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위해 끊임없이 물살을 가른다. (부산=권경훈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imat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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