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자조운동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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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자조운동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세미나 후기.
지난 7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복지사업특별위원회(이하 복지특위) 주최로 <발달장애인 자조운동,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오후 1시에 시작하여 밤늦은 9시가 될 때까지 참여하셨던 분들이 거의 남아있을 만큼 세미나는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주제별로 발표가 되었는데요. 기조강연으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 이해 및 증진 전략, 국내 장애인관련 기관의 발달장애인 자조운동 지원 사례, 그리고 외국의 사례 등 세 개의 큰 틀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 자조운동 지원 사례 발표에서는 다양한 층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조운동의 사례와 관점, 그리고 전망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이 어떻게 지원되고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참여자들에게 고민을 던져주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매우 여러 가지 주제와 영역들이 중첩되어 있어서, 이후 복지특위에서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과 목표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제기되었습니다. 즉, 세미나에서 논의된 세 가지 기조 즉,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에 집중할 것인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운동’에 집중할 것인지 또는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운동’에 집중 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7가지의 다양한 사례발표가 있다 보니, 얼마간은 상반되는 시선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과 관련하여 처해있는 상황은 유사한데, 서로 다른 접근법과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지요. 바로 가온들찬빛의 신가을 사회복지사의 ‘지적장애인 인권교육의 실제’와 지적장애인거주시설 다솜 최용진 원장의 ‘지적장애인의 탈시설 지원 및 과제’입니다. 전자의 주제는 장애인들에게 효과적인 인권교육이 핵심이었다면 후자는 자유란 개념을 토대로 한 장애인의 탈시설이 핵심이었습니다. 두 주제발표에서 같은 상황이라는 건 발제하신 두 강사 분들 모두 시설 안에서 활동하고 계시다는 점이겠고, 상반된 대안이라는 건 인권이라는 것의 실현을 ‘시설 안’과 ‘시설 밖’으로부터 접근하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이 논의되는 세미나에서 공존하고 있는 두 주제에, 참여자들이 흥미를 느낀 부분은 어디며 혹시 어떤 고민이 생겼을까 궁금했습니다.
앞의 두 사례발표를 통해 흥미로우면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근본적인 자기결정권에 대한 질문이겠죠. ‘시설’이라는 토대 안에서 아무리 훌륭한 인권교육을 효과적으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제한된 자기결정권일 겁니다. 결국 자기결정권의 자유라는 정신과 시설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조건은 서로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시설’이라는 토양과 ‘자유’라는 토양 중에 나무가 더 건강하고 푸르게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어디일까요?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를 꼽으라면 역시 피플퍼스트(People frist)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경남의 사례, 그리고 운동을 이끌고 있는 당사자들과 가진 ‘저자와의 시간’이었습니다. 피플 퍼스트 운동은 이미 장애인부모연대 안에서 화두가 된 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운동 당사자들과 직접 대담을 나눈 시간은 특별했습니다. 아마 늦은 9시까지 참여자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도, 마지막에 있었던 이 대담과 교감이 그 어느 주제발표 시간보다 피부에 다가왔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미나 참여자들은 당사자들에게 운동을 이끌어가면서 생기는 문제의식과 고민들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당사자들은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후 참여자들과 당사자들은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분위기는 어느새 피플퍼스트 운동에 대한 고민을 소통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아닌, 당사자 개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호기심 어린 질문과 그들을 인터뷰하는 식의 발언들이 주도를 했습니다. 또한 운동의 당사자들을 지칭할 때 그들을 ‘아이들’로 지칭함으로써 타자화시키거나 경계를 나누는 발언은 적절치 않았음에도,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이어져 곤혹스러움과 불편함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처 현장에서 지적되지 못한 채 세미나가 끝나고 난 뒤 평가되어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운동의 당사자들과 대화를 가진 시간은 아마도 우리 안에서 처음이었기에, 그 신선함과 정돈되지 않은 관심이 세미나의 분위기를 압도해버린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쉬웠지만 앞으로 우리가 지양해야 되는 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장애인부모연대는 앞으로 발달장애인의 자조운동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요? 물론 빠른 시일 안에 간단히 답이 나올 수는 없겠지요. 주체가 누구이며 어떤 방향으로 기조를 잡고 가야하는지, 충분한 토론과 고민을 거쳐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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