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지원법 제정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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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상임대표 윤종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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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장년층 이상의 연령대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적지 않은 이들이 어렸을 때 적절한 치료와 환경제공을 받지 못해 그 증상이 심해진 경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 보조공학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을 환경만 갖춰졌다면 현재의 증상보다는 훨씬 완화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부모연대의 왕성한 활동에 늘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된다. 그런데 손은 왜 다치신 건가 다들 저의 손을 보며 우려의 말씀을 전해주신다. 혹시라도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게 아니냐며 걱정해 주시는데, 이건 아들과 간만에 운동을 함께 하다가 다친 것이다. 투쟁 현장과는 관계가 없으니까 마음을 놓으셔도 된다. (웃음)
121명의 국회의원들이 작년 10월에 발의를 했고, 현재까지 국회법안소위원회에서 1차 심의까지 마쳤다. 그런데 정부안(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정확히는 정부가 아직 이 법안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 국회에 연기가 된 상태이다. 정부안이 곧 나오면 의원발의안과 정부안을 비교해서 하나로 통과시키겠다고, 국회의 법안소위원회에선 이렇게 밝히고 있다.
지난주에 우리 연대하고 최종적으로 협의를 했는데, 여전히 많은 쟁점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일단 정부는 정부안대로 추진하기로 하고, 우리는 우리의 법안대로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지난 협의과정에서 두 법안의 차이가 적잖게 줄어들기는 했다. 쟁점사안들은 계속 서로 협의를 해야 한다. 그동안 다섯 차례 정도 협의를 했는데, 몇 개의 쟁점사안이 마지막 과제로 남겨져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전달체계에 있어서 개인별 지원팀을 구성하자는 대목이다. 우리의 주장은 장애아동복지지원센터 안에 지원팀을 구성하자는 건데, 정부 측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장애아동에 대한 의료비 지원에 있어서 보조공학 지원 등을 정부는 현행 장애인복지법 내용대로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좀 더 개선되고 실효성 있는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더 나아간 내용을 담자는 것이고, 정부는 기존의 복지법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그렇다. 치료사가 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있는데, 문제는 치료사의 자격이다. 이 자격기준이 굉장히 복잡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해당 법에 의해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만 치료사이고, 나머지는 전부 치료사가 아니다. 심지어 전국 34개 대학에 있는 언어치료학과를 나와도 민간자격만 부여된다. 국가가 공인하는 게 아니고 학회자격의 인증이라는 것이다. 미술치료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될 텐데, 미술치료에는 35개 정도의 미술치료사 민간자격이 있다고 한다. 이게 다 통칭으로 치료사로 분류되는데, 국가가 치료사 규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혼선을 빚는 모습들인 것이다. 부모들은 어느 치료사가 잘 하는지, 오로지 전해 듣는 얘기만으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로 규정을 정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대학의 전문학과를 졸업하는 학부 졸업생들한테는 국가가 치료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이용자들이 국가의 자격기준을 믿고 서비스를 받을 게 아닌가. 지금처럼 미술치료 자격이 서른 몇 개나 된다는 거, 이건 아니지 않은가. 오로지 민간기준에 맡겨놓고 방치하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간단한 비교만으로도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비장애학생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는 전국에 4천 곳 정도 있다. 그런데 장애아동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는 단 한 군데도 없다. 그것은 장애아동의 방과후 생활을 국가가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전국에 4천 곳이나 있는 것과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래서 지역아동센터처럼 장애아동들의 방과후 생활을 보장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랬더니 정부 측 관계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주장을 계속하니까, 이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점은 수긍하며 검토해 보겠다고 하는데 예산 문제를 내세우며 소극적으로만 대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법안을 내며 설정한 건 2천억 정도이다. 1년에 5백억씩 4년에 2천억이 소요될 거라 계산했는데, 정부에서 내놓은 건 1조원이라는 액수로 나와 있다.
기존에 나와 있던 돈들을 거기에 다 포함해서 합계를 내버렸다. 법안이라는 말은 기존에 들어 있던 돈은 빼고 새롭게 하는 것만 설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기존의 것도 다 포함하고 재활치료와 보육 관련 예산도 다 포함해서 1조라는 총액을 만들었는데, 그 금액을 우리는 당연히 믿을 수가 없다.
우선 장애아동지원센터를 만들어서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서비스들의 전달체계를 조기에 일원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부모가 오로지 부모 혼자 결정해서 치료실을 가고 보육시설도 가며, 방과후도 각자 알아서 사교육으로 다니지 않는가. 앞으로는 지원센터에서 이 모든 연결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렇다. 기초단체별로 하나씩, 전국의 약 240여 개 기초단체마다 기능이 생겨나게 된다. 정부에서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연결을 담당하며 사례관리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공공으로 하자고 주장하는데, 정부에서는 공공의 어려움 때문에 민간이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일정 부분 조정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우리는 판단하는 것이다. 각종 서비스를 연계하며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기존에 있던 서비스라도 제대로 운영되게 하면서 분절되어 있던 서비스들까지 활성화시켜야 한다. 의료비라든지 방과후라든지 보조공학이라든지 치료지원이나 가족지원 모두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서 확충시켜야 한다.
보육시설에 있어서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지난 2004년 이전까지는 장애아동보육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와 특수교사들의 처우가, 보육시설 및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처우와 똑같았다. 그런데 장애아동보육이 2005년에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부터 교사들의 처우가 열악해졌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는 계속 인상됐는데, 교사들의 상황만 안 좋아진 것이다. 그러다가 장애아동보육이 다시 보건복지부로 넘어오게 되면서, 처우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지게 됐다. 예를 든다면 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회복지사라면 시설 종사자들에 비해 월 50만원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이전에는 똑같았는데 근무환경이 그만큼 나빠진 셈이다. 그래서 동일한 처우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장애아동을 교육한다는 건 일반 비장애 보육시설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교육부와 복지부의 상황이 좀 다른데, 교육부는 공무원의 확보와 이동이 무척 어렵다. 반면 복지부는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가 있어서, 예산만 지원이 되면 언제든지 인력자원을 마련할 수가 있다. 법인이나 재단 같은 데 위탁하면, 사회복지사와 같은 현장인력을 늘이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이다. 가족지원을 위한 여러 내용들이 담겨 있다. 가족의 상담, 가족의 심리치료, 정보제공 등을 센터에서 하도록 규정했고, 센터에서 직접 할 수 없다면 별도로 위탁할 수도 있도록 해놓았다. 가족지원을 위한 법의 근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보육시설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집에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보육시설 이용이 손쉬워지면서 부모님들의 심적 여유도 보다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리라 본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부모님들이 장애아동을 낳은 이후로, 제대로 상담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알아서 학교를 보내야 하고, 본인이 알아서 치료실에 가야만 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것을 장애아동지원센터가 되든 가족지원센터가 되든 간에, 아이가 장애로 진단을 받은 모든 부모님들한테 전문적인 상담을 다 해준다고 한다면, 그래서 부모님들의 고민이 실질적으로 해결된다면 모든 문제점들의 판단이 빠르고 정확해질 게 아닌가. 이렇게 지속적인 상담을 자연스럽게 진행함으로써 가슴속에 있던 질문도 계속 하고, 부모교육을 병행함과 동시에 영향도 강화시킨다면, 더불어 심리적인 우울증 같은 증상도 해소시켜 준다면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장애 관련 가족의 자살과 같은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예컨대 얼마 전 아들을 기초수급자로 만들기 위해, 아버지가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에 사전에 상담이 충분히 진행됐다면, 그래서 그 아버님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과 기준이 무엇인지를 폭넓게 설명할 기회가 존재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동안 우리 부모님들은 최소한도의 상담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지내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자폐성장애의 경우는 과잉행동이 반복적으로 늘어나고 누적되면서, 나이가 들수록 자기 우울증이나 자기 스트레스를 풀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것들이 계속 쌓아다 보면, 자기 부모인 줄을 알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팽창하는 걸 자제하지 못해 큰 문제로 연결되곤 한다. 사실 이 대목은 이런 장애 유형에 대해 적절한 국가의 지원이 초기부터 있었다면, 그런 과잉행동이 발생할 때마다 적절한 중재지원서비스가 따라갔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가 한번도 책임을 지고 그 서비스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최근에 들어서 특히 그런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7년여 전에 경남 모처에서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어느 목사의 집에서, 자식을 묶었다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폐성장애였는데 틈만 보이면 도망을 나갔다. 그런데 집만 나가면 밖에서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엄마인 사모님이 항상 곁에서 함께 했었는데, 한번은 가족 전체가 꼭 참석해야 할 외부행사가 생기게 됐다. 그런데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가족회의를 거친 뒤 딱 한번만, 딱 하루만 아이의 다리를 묶어놓고 가족이 외출하기로 했다. 쇠사슬로 다리를 묶어놓으면 아이가 어디도 가지 못하니까 그런 방법을 쓴 뒤 외출을 했는데, 아이가 쇠사슬을 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문제는 다리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아이가 거리를 오가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 목격됐다는 것이고, 경찰이 아이를 데려와서 확인과정을 거치다가 언론에 등장함으로써 사회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그때 제가 현장을 확인하러 갔었다. 딱 한번이고 딱 하루였다는 걸 전적으로 믿는다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맞다. 그런데 그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고통에 대해선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가족들의 실제 현실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거다. 만약에 그 당시에 장애아동을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이 사건은 경상남도에서 도우미뱅크가 처음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 먼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자는 것이었다. 부모로서 도저히 이런 고통을 못 참겠다는 거, 일시적이라도 외출할 일이 있을 때, 아이가 방치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필요가 모여서 돌봄시스템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지만, 누군가를 돌봐줄 시스템조차 없다는 건 더 큰 비극이 된다.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법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게 발달장애인법이다. 지금 우리 내부적으로 정말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장애아동지원법이 통과가 되면, 19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발달장애인법이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장애아동지원법과는 지원 내용이 다른 게 많다. 아동과 성인에게 각각 필요한 사항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성인들에게는 치료보다는 서비스, 직업과 주거, 연금 등이 초점으로 맞춰지게 된다.
그런 의견들을 우리도 듣는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신체적 장애 같은 경우에는 자기 권리와 자기 주장을 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입장이 대부분이다. 아동들의 경우는 발달장애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가 우리 활동 안에 포함되지만, 성인의 경우는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로 인해 인지적 기능에 손상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모연대는 인지적 기능에 손상이 있어 자기 주장이 어려운 분들의 부모님들을 대변하며 활동을 한다. 우리는 자폐성장애뿐만 아니라 지적장애, 중복중증의 뇌성마비장애, 자기 인지기능에 손상이 있는 장애영역을 중점으로 하며 활동을 한다. 각 장애영역마다 단체가 있기 때문에, 함께 해야 할 사안이 생길 때는 연대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운동이라 하면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장애인복지단체들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조그만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면서 정부가 못하거나 기피하는 부분을 민간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취하다 보니까, 많은 단체들이 일제히 사회복지시설운영이나 활동보조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건 장애인복지단체들이 서비스를 대행하는 단체들로 전락했다는 걸 의미한다. 운동에 있어서 실제로 중점이 돼야 할 것은 제도개선운동과 정책개발이어야 하는데, 이런 건 다 뒤로 밀리면서 서비스에만 집중한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서비스를 하면 회원들이 생겨나고 서비스를 안 하면 회원들이 줄어드는, 정작 중요한 제도개선을 위해서 일부 사람들만 계속 투쟁을 하며 싸워야 하는 이런 현실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혜택보다는, 큰 틀에서 제도 자체를 바꾸고 개선하는 데 더 큰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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