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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8 - 아빠들이 더 열심히 사회에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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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1,446회 작성일 11-04-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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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들이 더 열심히 사회에 알려야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8
        여덟째날(3/19일) 경북 청도장터~대구 가창면 스파벨리 23km
        2011.03.19 21:20 입력 | 2011.03.20 17:54 수정

         

        오늘은 청도장이 서는 날이다. 숙소가 장터 근처라 피곤도 모른 채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장터를 휘돌아보니 내가 생각하는 장이 아니다. 그래도 장이라면 장터 국밥을 먹어야 한다는 일념에 국밥집에 들어섰다. 우리가 첫 손님인 것 같았다.

         

        균도랑 나는 선짓국이랑 소머리 국밥을 시켰다. 기다리는 것을 못 참고 균도는 붕붕 그 자리에서 뛴다. 제지하려 하니 주인이 놔두라 한다. 손님이 아직 없으니 그 사이에 우리 배낭에 두른 몸띠를 봤다. 연방 칭찬을 한다. 수고한다고….

         

        장터가 예전 같지 않단다. 지금은 농사를 시작하는 철이라 장이 좀 늦게 장사가 되고, 특히 요즘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단다. 오는 손님마다 균도랑 나를 보고 수고 많다고 이야기한다. 가난한 아빠가 해줄 것이 이것밖에 없고, 세상 살아가는데 그냥 한 번 걸어보려고 떠난 길이라 했다.

         

        식욕이 별로 없다. 국물만 뜨고 자리에 일어선다. 장터 국밥도 예전 가격이 아니다. 좀 싼 맛에 장터 국밥을 먹는데 거의 5000원 수준이다. 나오면서 균도가 아빠 따라 이야기한다. 장사 잘하세요~ 시골이 잘살아야 나라가 사는데….

         

        아침공기가 어제와 달리 따뜻하다. 가는 길이 수월하다. 오늘은 팔조령을 넘어야 한다. 생각보다 거리는 수월한데 일찍 출발한 까닭에 조금은 좀 더 갈 각오를 한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균도가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어제부터 몸이 안 좋아 보였는데 걱정이다. 한 4시간을 꾸준하게 걸으면 팔조령에 도착하리라 생각한다.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고 쉬엄쉬엄 길을 걸어나간다.

         

        팔조령이다. 공사 중이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가파름이 천태산보다는 약해 전진한다. 이윽고 팔조령 휴게소다. 휴식하고 있는데, 우리를 유달리 쳐다보는 노부부가 있다. 아이 한 명을 데리고 계시는데, 나를 보고 하소연한다. 제발 성공해 법 좀 만들어 달라고.

         

        6살 먹은 아이의 외조부 조모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자폐가 맞는데, 아이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아 아직 그냥 키운다 한다. 내 연락처를 전해주고 아이를 쳐다보니 분명 자폐가 맞다. 아직 언어구사가 되질 않는다. 빨리 언어치료를 하라고 권해 드렸다.

         

        연락처 받아 놓았다. 빨리 좋은 언어 치료실을 소개하리라 마음먹는다. 자꾸 가는 길까지 태워준다 권하시길래 바로 요 앞에 간다고 뿌리치고 길을 나선다. 왠지 모르게 내가 그 아이의 희망인 것같아 부담스럽다. 이런 아이를 볼 때 내가 걷는 이 길에 힘이 선다.

         

        팔조령을 넘었다. 시간을 보니 너무 이르다. 늦은 점심 균도가 잘 먹지 않는 야채 비빔밥을 시켜보았다. 전쟁이다. 그렇지만 이 여행에서 채소 잘 먹는 법을 가르친다고 다짐하고 떠나왔다. 균도도 포기하고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다.

         

        조금 더 가지고 재촉한다. 대구에서 시청 방문에, 국회의원 만남 같은 많은 일정이 있어 계획을 조금씩 앞당겨본다. 그런데 균도가 유독 절뚝거린다. 아마 물집이 터졌나 보다. 마음은 아프다. 그렇지만 업고 갈 체격이 아니기에, 짧은 걸음 쉬엄쉬엄 간다.

         

        가창중학교를 지나는데, 주유소에서 어느 아저씨 한 분이 음료수 한잔을 꼭 하고 가란다. 난 의아하게 생각했다. 다운증후군 아빠란다. 음료수 한잔 대접하려고 여기서 한 시간을 기다렸단다. 아~ 고마웠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당부했다. 아빠가 장애아를 더 위해야 하고, 엄마보다 더 사회에 알려야 장애아가 사회에서 더 잘 클 수 있다고, 부디 활동하는 모임에 자주 나와 달라고…. 연방 우리 둘에게 인사를 한다. 너무 고맙다고….

         

        생면부지의 사람인데 내가 우리 아이와 걷는 일이 그 삶들에 희망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담스럽지만, 적어도 내가 이 사회에 연대하고자 하는 목적에는 꼭 들어맞기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의 목적지에 다가온다. 균도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 너무 절룩거린다. 마음이 미어진다. 목적지에 도착해 숙소에 들어와서 다리를 살펴보니 물집이 몇 군데 잡혀 있다. 상처를 치료하면서 마음이 아프다.

         

        "균도야 집에 갈까?" 

        "아뇨, 안 갈 거예요."

        "그럼 어디 가노?" 

        "서울 갑니다."

         

        아~ 우리 균도가 나의 희망이듯이 발달인들의 희망이 되어 가는구나. 균도는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도 사회가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분명히 할 수 있다. 오늘 맹세한다. 부모의 힘으로 아이의 미래를 꼭 바꾸자고! 조금씩 커가는 균도를 바라보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오늘 사진기를 잃어버렸습니다. 균도에게 사진기를 맡긴 제 잘못입니다. 오늘 지나온 사람들 얼굴이 담겨 있는데…. 균도보다 제가 더 문제입니다. ㅋㅋ



        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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