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16 - 날치기로 사라진 장애인예산 머금은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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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치기로 사라진 장애인예산 머금은 낙동강
-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16
열여섯째날 이야기(3월27일)선산읍~상주낙동면 21km - 2011.03.28 10:10 입력 | 2011.03.28 15:32 수정
▲우리 과거보러 갑니다. |
벌써 이 길을 걸어온 지 보름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선산 장날이다. 역시 장날은 시골답지 않게 붐빈다. 아침 일찍 일행을 보내고 균도와 둘이서 사이좋게 길을 나선다. 처음도 혼자였듯이 아마 이 길의 모토는 균도랑 아빠가 아닌가? 그렇지만, 누가 우리를 관심있게 지켜본다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이 길을 기획할 땐 25번 도로가 주도로였으나, 위험도를 고려해 지방도로로 바꾸기로 했다. 새로 뚫린 고속화도로가 한적해서 균도가 훨씬 안전하다. 조금은 휘돌아가지만, 마음은 여유롭다. 차가 별로 없으니 균도가 한층 즐거워한다.
균도는 8살 때 차 사고가 있었다. 그때 이후로 차에 대한 무서움이 있다. 뭐든 기억하던 아이라서 그때의 두려움이 균도를 도로위에서는 착한 소년으로 키웠다. 물론 그 기억이 이 여행을 동행하는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59번 도로는 상가가 모두 죽어 있다. 낙동강을 끼고 있어 너무나 아름다운데… 근데 지금은 지저분하다. 4대강 공사 때문에 근처의 농지는 모두 낙동강 모래와 하천 흙의 하치장이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부니 황사바람보다 더 맹위를 떨친다. 목이 칼칼하다. 20여 km를 지나가는 길에 강은 보이지 않고 모래사장만이 강을 뒤덮고 있다.
생각해본다.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보다는 이 예산 중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장애인에게 쓰인다면 우리아이들이 조금 더 인간다워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저번 날치기 국회 때 사라진 장애인예산이 이 강물에 들어가 있다는 게 조금은 미워 보인다.
아동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사이에서 적잖이 배제된 우리아이들을 위해서 이 길을 걷고 있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장애를 가진 것만으로 최약자로 떨어져 있는데, 사회는 모든 문제 해결을 부모에게 요구한다.
말로는 장애인의 천국이라고 이 정부는 부르짖고 있다. 과연 그럴까? OECD 국가 중 선진국에서는 국민총생산의 2.8% 정도는 장애인 예산으로 쓴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0.1% 정도라고 한다. 과연 이것이 선진국인가? 장애인 복지 천국인가?
아무튼 이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 균도에게 던져본다. '균도야 넌 왜 서울까지 가는데?' '응 아빠,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라고 답한다. 물론 그 의미를 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균도는 몸띠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믿고 싶다.
지나가는 길, 나이 드신 분이 우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이 길을 걷는 만큼 우리아이들에게 희망을 품는 아름다운 길이기를 빈다. 아름다운 동행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둘이서 찍어본다. |
▲그렇게 지쳐도 v짓. |
▲모래와 흙 그리고 균도. |
▲상주시입니다. |
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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