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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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13 20:00 입력 | 2011.03.14 15:27 수정
▲길 떠나는 용감한 균도. |
아침 9시에 청룡동 숙소에서 균도랑 무작정 걸었다. 어제와 달리 두 명뿐이라 조금은 속도를 냈다. 길가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설명도 하고,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연방 '화이팅' 하면서 지나간다.
두 명이 보조를 맞추어 여행하기에 슬프지는 않았지만. 부산을 벗어나는데 연방 눈물이 났다. 앞서 가는 균도를 쳐다보면서 그동안 살아오고 균도를 키워 왔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진짜 내가 균도를 사랑하고 아껴서 여기까지 왔는가? 자신에게 되묻고 있다. 이 여행을 계획할 때 진짜 무작정 시작했다. 그랬던 까닭에 쏟아지는 관심이 어떻게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의 아빠로 산다는 것 참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도 균도 배낭의 끈을 늘어뜨려 잡고 가는 중이다. 이 끈의 무게가 균도와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끈 같아 보인다. 그 끈의 무게 길이와 별도로 끊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
떠나기 이틀 전 갑작스러운 회오리 소식… 직장암… 내게는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날은 무척이나 울었다. 잡고 있는 끈이 이제는 놓아야 하나? 라고 되새기는 순간이 있었다. 인생은 연속극이다. 물론 그 다음 날 유암종으로 밝혀져 이 여행이 끝나고 수술받는 스케줄을 잡고 떠나오기는 했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균도의 끈이 계속 이어져 오늘도 이 끈을 꼬옥 잡고 있다.
오늘은 예정과 달리 조금 더 갈 계획이다. 내일 갈 구간이 비가 조금 내린다고 하고 고갯길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서 걸어가니 어제와 달리 균도가 조금은 힘들어한다. 원래 양산까지 10km 남짓 걸어가려 했으나 속도가 빨라 양산에는 점심이 되기 전 도착했다. 그래서 판단을 하고 균도를 다그쳤다. 가다가 고기 사준다고…ㅋㅋㅋ
▲양산 입성. |
지나는 사람들이 우리 뒤에 붙여 놓은 몸띠에 관심을 가진다. 박수도 친다. 우쭐거리기보다는 제발 발달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몸으로 이야기했다.
부산대학교 양산병원을 지나가다 균도가 밥을 사달라고 떼를 쓴다. 인근에 보이는 밥집으로 들어가서 항정살 3인분을 시켰는데, 균도의 행동장애가 시작된다. 그렇지만 몸에 붙인 몸띠 때문에 사람들이 이해한다.
참 이상타… 우리 발달장애인들은 이름표를 붙여야 하는가? 세상 사람들이 조금은 불편해도 같이 이해한다면, 함께 행복할 텐데….
그 밥집에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학생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 이야기 하다 보니 그 집 딸인데 대구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라고한다. 우리하고 밀접한 관계다. 부탁을 한다. 며칠 지나면 대구를 거쳐 가는데 학교 가면 지원을 조직해달라고….
그 학생도 이야기한다.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 되니 요새는 학생들의 마음이 힘들다고….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통과되면 특수교육 전공자에게 많은 자리가 열리니 진짜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스승으로 와달라고 이야기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균도가 너무 힘들어한다. 아마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균도야 조금만 더 가서 숙소를 구하자'라고 이야기한다. 힘들지만 따라온다. 난 그래도 행복하다.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를 바르게 따라오는 마음마저 이쁜 나의 아들이 있어 오늘 이 길도 행복하다.
드디어 오늘 목적지 원동고갯길 아래 물금에 도착했다. 너무 기뻐한다. 숙소를 구하고 나니 후배 녀석이 차를 몰고 달려왔다. 어디에 가더라도 찾아오는 사람 너무 반갑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나랑 균도랑 둘만 가는 길 같아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듯이… . 우리 발달장애인이 살아가는 이 길 밝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청룡동에서 물금까지 19.3km를 걸었다. 내일은 고갯길… 웃으면서 또 걷고 싶다.
▲몸띠 균도 부자. |
▲친한 부자지간(양산 신도시에서). |
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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