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서로 얼굴도 내보이지 않는 상태로 서로에게 총을 쏘고 있습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초반부 열차 총격장면이 펼쳐지자 장면을 묘사하는 성우의 음성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온다. 배우들의 모든 대화는 한글 자막으로 화면에 표시된다. 12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시네마의 한 풍경이다.

이날 상영은 한국농아인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영화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사업''의 하나.

평소 소리 없이, 혹은 화면 없이 ''반쪽짜리'' 영화를 봐야했던 시각.청각장애인 200여명은 자막과 화면해설의 도움을 받아 모처럼 ''실감나는'' 영화관람을 즐겼다.

영화를 관람한 장애인들은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몹시 슬펐는데 이렇게 자막이나 영상해설을 곁들여 관람하니 정말 좋다"며 흥분했다.

한국농아인협회와 영진위는 시각.청각장애인들에게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코자 지난 2005년부터 전국 각 도시의 일부 영화관을 선정,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포함한 영화 상영을 실시해 왔으며 올해까지 전국 13개 영화관에 이를 위한 시설을 설치했다.

stn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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