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장애아동 바우처 전국 확대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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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 ‘수년째 대기중’
김아무개(39·충남 당진군)씨는 올해 11살인 큰아들이 지적 장애 2급이다. 어릴 때부터 언어·작업 치료를 받아 왔지만, 힘겨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용 부담이 워낙 크고 장기 치료가 여의치 않아서다. 프로그램이 좋거나 복지관처럼 비용 부담이 적은 기관은 대기자가 한없이 많았다. 인천시에 살 땐 병원 치료실에 다녔지만, 1년이 지나니 대기자를 위해 그만둬 달라고 했다. 복지관은 1~2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왔다. 치료기관 적고 지역 편중 프로그램 다양성 부족 부모들 “인프라 확충을” 충남 예산군으로 이사를 가니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군내 복지관은 1년을 이용한 뒤 그만둬야 했고, 더는 치료를 받을 곳이 없었다. 결국 가까운 홍성군으로 위장 전입을 했다. 그 군에서 운영하는 장애아 통합 보육시설의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당진군으로 이사온 뒤 ‘재활치료 바우처’ 혜택을 받게 됐지만, 여기도 대기자가 밀려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7일 저소득층 장애 아이들에게 재활치료 이용권(전자 바우처 카드)을 다달이 18만~22만원어치씩 주는 ‘장애 아동 재활치료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전국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07년 지역사회 서비스 혁신 사업의 하나로 출발해,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다만 대상자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50% 이하 가정(4인 가족 기준 195만6천원)으로 한정된다. 장애인 부모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믿을 만한 재활치료 인프라를 개발하고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118개 시·군·구가 이 사업을 시행했지만, 바우처를 쓸 수 있는 치료기관은 226곳에 그쳤다. 시·군·구당 평균 두 곳꼴인 셈이다. 그나마 일부 지역에 몰려 있어 바우처 이용 기관이 당진군처럼 딱 한 곳인 데도 흔하다. 충남 장애인부모연대 회장 박성희(42·충남 홍성군)씨는 “올해부터 저소득층만 지원을 하기 때문에 우리 군은 대상자가 절반 이하인 30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수지가 맞지 않아 인프라가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바우처 혜택이 없으면 사설 치료기관은 월 20만~30만원이 들어서, 3만원짜리 복지관 대기 줄만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산군과 보령시처럼 치료사를 구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이처럼 치료 인프라가 양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치료의 다양성 같은 질적 측면은 더욱 떨어진다. 특정 분야를 전공한 치료사가 있어도, 정작 수요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기관도 많다. 장애 종류와 정도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바우처를 22만원어치 들고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나는 이유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전국 시·군·구의 절반이 군 지역인데, 치료사 한 명을 찾기 힘든 곳이 수두룩하다”며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면 치료시설이 늘기는 하겠지만, 지역간 양적·질적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출처:한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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