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 잘 키우는 법’ 배울 곳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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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발견부터 교육정보까지 학부모들 도움 받을 곳 없어 자녀의 교육 매니저를 자처하는 학부모가 많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어려운 장애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교육 매니저로서의 구실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자녀를 교육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어 학부모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체장애나 청각, 시각장애 등과는 달리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지적장애는 학부모들이 장애를 발견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고교 1학년에 다니는 지적장애 자녀를 둔 정영란(47)씨는 “어릴 적에 장애가 의심됐지만 어디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머뭇거리다 6살에야 장애를 확인했다”며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으면 아들의 건강이 더 좋아질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애유형이나 등급을 결정하는 일도 전문의의 개인 소견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학부모가 자녀의 장애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일하는 특수교사는 “지적장애 1급이 3급보다 더 양호할 때가 있고 발달장애로 장애인 등록을 한 학생도 가르쳐 보면 지적장애로 판가름이 날 때도 많다”며 “학생들이 장애인 등록을 할 때 받은 장애유형과 장애등급을 교사들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 등록은 개별 동사무소에서 이뤄지며 동사무소에서 지정한 병원에 가서 받은 진단이 곧 장애유형과 장애등급을 결정한다. 장애유형과 등급을 결정하는 통일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교육정보가 없다 보니 학부모들은 입소문에 휘둘린다. 언어치료, 미술치료, 심리치료 등 다양한 치료의 효과에 대한 맹신이 일면서 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한다. 중학교 1학년 지적장애 자녀를 둔 최아무개(38)씨는 미술치료 개인교습에 60만원, 언어치료를 위한 병원비로 54만원을 매달 지출한다. 2004년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장애학생 부모 2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84%가 장애로 인한 사교육을 받았으며 취학전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의 50%가 월 평균 5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초교 4학년 지적장애 자녀를 둔 김윤명(42)씨는 “장애 자녀를 두고 있다고 해서 어느 순간에 비장애 부모가 장애 자녀를 교육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깨칠 수는 없다”며 “어떻게 하면 장애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필요한 의료, 치료, 교육, 보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에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나온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원해 그 일을 맡도록 돼 있지만 정부의 최근 정책들로는 인력충원과 예산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 대한 교육, 양육 지원, 치료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장애가족지원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진명선 기자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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