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어떻게 ‘장애인’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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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프릭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8-25 12:05:23
▲생매장될 뻔하다가 반세기가 지나서야 심야극장에서 살아난 영화 <프릭스> ⓒMGM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 글을 쓰기 전부터 내내 설레는 경우가 있다. 별로 알려져있지 않은 영화를 소개할 때, 누군가 그 소개를 참고로 영화를 찾아볼 때, 그리하여 공감이든 이견이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때, 그 과정은 순도 100%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인사이드 아임 댄싱>이 그렇고 이번 주에 소개할 <프릭스(Freaks)>가 그렇다. 혹시라도 어떤 영화인가 궁금해서 검색창에 ‘프릭스’라는 단어를 쳐보면 2002년에 개봉했던 거미영화가 나올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그 영화가 아니다. 1932년에 만들어졌던 영화, 당시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이 기절하여 실려나갔던 영화, 그리하여 영국에서는 30년 동안이나 상영이 금지되었던 수수께끼의 영화. 바로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프릭스>이다.
▲공중 그네를 타는 미녀 곡예사 클레오파트라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저신장장애인(왜소증 장애인) 한스. ⓒMGM <프릭스>는 서커스를 배경으로, 공중 그네를 타는 미녀 곡예사 클레오파트라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저신장장애인(왜소증 장애인) 한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스를 비롯해 막간극을 하는 장애인들을 바보 취급하던 클레오파트라는 한스가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결혼을 승낙한다. 그녀는 괴력을 가진 애인 헤라클레스와 공모하여 한스에게 조금씩 독을 먹이는 수법으로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그 음모를 눈치 챈 한스는 동료 장애인들과 함께 폭풍우가 치는 밤 두 사람에게 반격을 가한다.
▲실제 당대를 풍미했던 서커스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던 영화 <프릭스>. ⓒMGM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세간의 혹독한 악평을 받았고 상영을 중지하는 영화관이 속출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샴 쌍둥이, 왜소증 장애인, 상반신만 있는 남자, 두 팔이 없는 여자, 양성인간 등이 실제로 출연했고 영화 속에서 비장애인들은 그들의 손에 난도질당한다. 비장애인 관객들은 구역질을 하며 극장 밖으로 뛰어나갔는데 그 후 30년 동안 영화는 완벽하게 외면당했다. 토드 브라우닝 감독은 소년 시절, 당시 유행에 따라 가출을 해서 서커스단 생활을 경험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이 담긴 이 영화에서 토드 브라우닝감독은 장애인의 편에 선다. 클레오파트라와 헤라클레스는 금발에 멋진 미모, 괴력과 멋진 육체를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악마적이고 비열하다. 반면 장애인들은 약한 자를 돌보고 불의를 응징한다. 실제 당대를 풍미했던 서커스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킨 이 영화 어디에서고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나 호기심은 발견할 수 없다. 손이 없어 발로 식사하거나 다리가 없어 손으로 걷고 사지가 없어 꿈틀거리며 기어다니는 모습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이 낯선 존재들에 대한 호감과 믿음이 생겨난다.
▲서커스쇼의 볼거리가 되어 비장애인들에게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엘리펀트맨>의 존 메릭. ⓒ에스엠픽쳐스 영화 속 장애인들의 존재는 그동안 봐왔던 어느 영화들과도 다르다. 심각한 기형의 사생아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부모와 가족의 사랑은커녕 인간적인 대접이라고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엘리펀트맨>과도 다르고 과학자 아버지의 실험에 의해 태어난 <프랑켄슈타인>과도 다르다. <엘리펀트맨>에서 장애인은 서커스쇼의 볼거리가 되어 비장애인들에게 스스로를 ‘정상인’이라 여기며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프랑켄슈타인>의 장애인은 ‘정상인’이 되고 싶은 열망을 드러냄으로써 동정과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장애인들은 즐겁고 당당하며 오히려 비장애인들에게 자신들의 세계에 동참하라고 촉구한다.
▲ ‘정상인’이 되고 싶은 열망을 드러냄으로써 동정과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프랑켄슈타인. ⓒ유니버설 픽쳐스 저신장장애인 한스와 클레오파트라의 피로연장면에서 이 입장은 명확히 드러난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동료 장애인들이 “We accept her. One of us(우리는 그녀를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커다란 술잔을 돌릴 때 잔을 받아든 클레오파트라는 “이 더럽고 불쾌한 병신들”이라고 욕하?script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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