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더 희생돼야 하나?""[경남도민일보 2008년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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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발달장애를 비관한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극이 일어났다. 지난해 9·10월 김해와 창원에서 발달장애 아동 3명이 잇따라 가족의 손에 목숨을 잃은 지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장애인 가족에 대한 사회보호망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16일자 5면 보도> 지난 28일 오후 4시께 창원의 한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발달장애를 앓는 자녀의 양육문제로 부부싸움을 벌인 후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부탄가스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도내 장애인단체는 참담함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경남도장애인부모회(이하 장애인부모회) 윤종술 회장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냐"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보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가 분노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9월 김해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아버지가 지적장애를 앓던 6살 자녀를 살해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창원에서 두 자녀의 지적장애를 비관한 아버지가 자신의 승용차에 불을 질러 두 자녀 모두를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연이어 발생한 참극에 장애인단체는 사회의 무관심이 장애인 가족을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며,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왔다. 특히 장애인부모회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내모는 현실 속에서, 어느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하지만 28일 같은 이유로 일가족인 숨지는 사고가 재연되자 장애인단체는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언론이 달려들고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지만 늘 그때뿐"이라며 "이번에도 그저 스쳐가는 관심에 머문다면 일가족 참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적장애·자폐성장애·중증뇌병변장애를 포함하는 발달장애는 신체 및 정신이 해당 나이만큼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재활을 통해 홀로서기가 가능한 신체장애와 달리 평생 누군가의 뒷바라지가 필요하다. 사회의 공적 보호망이 없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돌아가고, 한계에 다다른 장애인 가족은 존속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다. 도내에는 현재 2만 420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다. 이 중 뇌병변이 1만 3500여 명, 지적장애가 1만여 명, 자폐성장애가 700여 명이다. 특히 가구 전원이 발달장애인인 가족을 비롯해 65세 이상의 조부·조모가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가족, 발달장애를 가진 부모가 1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가족 등 사회보호망이 절실한 ''''''''위기가정''''''''이 2000여 가구에 이른다. 장애인부모회 윤종술 회장은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기초생활수당이나 장애아동양육수당 수십만 원으로 일가족이 입에 풀칠하며 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 방치다. 사회보호망이 전무한 상황에서 누군들 한 번쯤 죽고 싶은 생각이 안들겠냐"고 말했다. 도내 장애인단체의 요구는 한결같다.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이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을 가끔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장애인부모회는 "현재로서 가장 적합한 대책은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립 후 상담 및 심리치료, 장애아 양육지원, 사례관리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숨통을 트게 해주는 것"이라며 "올해 창원·양산·밀양·함안 등 4개 지역에서 지원센터가 가동되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20개 시·군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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