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부모가 책임져라''며 서약서까지
''사고 나면 부모가 책임져라''며 서약서까지
장애학생에게 현장학습·수련회는 그림의 떡
A학교에서는 현장학습과 수련회 참가자를 모집할 때 장애학생은 당연히 참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장애학생은 빼고 모집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 B군은 몇 년째 현장학습과 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C학교는 현장학습과 수련회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학부모가 동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가 장애아동의 양육비를 보충하기 위해 경제생활을 하는 관계로 동행할 수 없다고 하자 학교에서는 참가를 거부했다.
D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의 학부모 E씨는 현장학습과 수련회를 갈 때 보조인력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측에서는 예산상의 문제 및 인력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장애학생은 현장학습과 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가 회원들을 상대로 직접 수집한 것들이다. 다양한 형태로 장애학생이 현장학습과 수련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장학습과 수련회에 참가하더라도 사고시 모든 책임을 학부모가 지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제출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차별은 단지 서울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비일비재한 실정이라고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전했다.
현장학습과 수련회에 장애학생의 참가를 배제하고 있는 학교측은 입장은 2가지로 요약된다. 장애학생은 외부 활동시 사고의 위험이 높고, 보조인력 배치 등 정당한 편의제공을 위한 지원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외부활동시 사고의 위험은 장애학생이건 비장애학생이건 동일하게 존재한다"면서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학생들의 외부활동을 가로막는 학교는 단 한곳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장애학생들에게도 현장학습 및 수련회시 필요로 하는 편의제공은 당연히 취해야할 조치"라며 "결국 장애학생의 현장학습·수련회 참가를 거부하거나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이유는 장애학생을 학교구성원으로 인정치 않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관계당국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현장학습·수련회시 장애학생을 배제하지 말 것과 현장학습·수련회시 학교 운영비를 통해 보조인력을 배치할 것을 권장하는 공문을 각 학교측에 시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아주 간략한 공문으로만 이를 안내하고 그칠 뿐,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기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이 공문이 현장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관리자와 교사를 상대로 현장학습·수련회에 장애학생 참가를 거부하는 것은 2008년 5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상 교육차별상 명백한 불법이고, 장애학생이 참가할 때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상세히 안내하는 인식개선 교육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보조인력 배치를 위해 서울시교육처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보조인력 수급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청등 유관기관과 협약을 맺고 각 지역별로 담당기관을 지정하는 한편 배치된 보조인력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번 문제의 실상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현재 서울시 전체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후에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