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권위 조사 중 62개 특수학교 서약서 제출 학칙 규정 삭제

특수학교 학칙 내에 장애학생이 입학할 때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장애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켜왔던 ‘서약서 제출 학칙 규정’이 사라지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지난해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제기한 ''특수학교 입학시 서약서 제출''과 관련 62개 특수학교에 대해 조사를 벌이던 중 서약서를 제출키로 한 학교에서 학칙 규정을 삭제키로 해 문제가 ‘조사 중 해결’ 되었다고 26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진정인이 제기한 73개 특수학교 중 85%인 62개교가 입학시 서약서를 제출하는 규정을 학칙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개교는 입학시 서약서 제출 규정을 학칙에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학교 대부분이 ‘학생이 귀교에서 전·입학함에 있어 학교 밖에서의 보호 조처는 물론 등하교 및 건강과 학생 생활에서 발생되는 제반 문제에 대해 학생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을 부모가 연서한다’는 내용 또는 유사한 내용을 학칙에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62개 특수학교는 인권위 조사 중에 서약서 제출 규정이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 소지가 있다는 인권위의 지적을 받아들여 서약서 제출 규정을 학칙에서 삭제했다고 통보해왔다.

장애학생 교육은 국가, 지자체, 학교의 공동책임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장애 학생에 대한 교육은 국가와 지자체, 학교 공동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국가, 지자체, 학교가 책임을지지 않고 학부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이자 차별이 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해당 학교들이 서약서 제출 규정을 삭제한 것을 환영한다”며 “향후 조사한 학교 외의 특수학교에 대해서도 서약서 제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의 장애학생 차별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해 11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부분의 특수학교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칙에 의해 장애학생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김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