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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벌이 부부’를 위한 장애아동 돌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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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1,699회 작성일 14-05-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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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아동 둔 맞벌이 부부,
        한 사람 수입은 아이 치료비로돌봄 때문에 맞벌이 포기하면 ‘마이너스 통장’으로 치료비 메꿔

        2014.05.23 00:05 입력

         

        # 맞벌이 부부, 한 사람 몫은 장애아동 치료비로

         

        아침 9시, 지적장애 2급(발달장애)의 자녀를 둔 정미란 씨(가명)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정 씨는 맞벌이 부부다. 지적장애 아이를 두고 일터로 향하는 마음은 편치 않지만, 남편의 벌이로는 생계를 감당하기 어렵다. 교대 근무를 하는 정 씨는 이른 10시에 출근해 저녁 8시경 집으로 돌아온다.

         

        아홉 살 종현이(가명)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1년 늦게 간 셈이다. 정 씨가 1년 유예를 결정할 때, 주변에선 1년을 유예한들 아이는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도 정 씨는 종현이가 신변처리라도 홀로 할 수 있게 시간을 갖고 싶었다.

         

        정 씨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종현이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봄교실에 있다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치료실에 들른 뒤 집에 온다. 밤 8시, 정 씨가 집에 왔을 땐 종현이의 식사가 끝난 후다.

         

        현재 국가에서 나오는 종현이의 활동보조 시간은 한 달에 104시간. 이를 주중 오후 3시~8시까지 하루 5시간씩 나눠서 쓴다. 주말에는 아예 사용하지 못한다. 활동보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초과하는 시간은 정 씨 자비로 내야 한다. 한 달에 활동보조비용으로만 20~30만 원가량을 추가로 지출한다.

         

        정 씨가 남편과 함께 버는 한 달 수입은 300~400만 원 정도다. 그중 150~200만 원가량을 종현이 치료비로 쓴다. 활동보조 자부담 비용까지 포함해 한 사람의 한 달 수입이 종현이에게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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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한 달 치료비로 사용한다. 경제적 부담이 큼에도 돌봄 또한 가정의 몫이라서 경제적 부담과 자녀 돌봄이라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 특수학급, 비장애아동 돌봄교실로 이용돼

         

        그나마 늦은 3시까지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현재 돌봄교실은 한 명의 기간제 교사가 스무 명가량 되는 비장애아동들을 돌본다. 즉, 돌봄교실에서 장애아동을 돌봐줄 사람은 없다. 정 씨는 “특수교육을 받은 교사가 별도로 배치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종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특수학급 방과후 수업은 주 2회만 운영되고 교사도 한 명뿐이다. 나머지 3일은 일반 돌봄교실로 가야 한다. 저학년과 고학년이 합반하면서 저학년 특수학급 반은 비장애아동 돌봄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정 씨는 “방과후 수업을 듣기 위해 저학년은 고학년 특수학급으로 이동해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종현이는 장애 특성상 장소가 바뀌면 더욱 산만해진다. 장애아동은 개별수업을 해도 잘 따라가지 못하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장애아동일수록 맞춤별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종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특수학급 방과후 교사가 1명만 배치됐다.

         

        더욱 막막한 건 방학이다. 방학이 되면 장애아동은 갈 곳이 없다. 복지관 프로그램도 단기 프로그램뿐이고 주간보호센터도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종현이를 맡길 곳은 정 씨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장애아동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체계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곳도 거의 없다.

         

        특수학교의 경우, 방학 때도 이른 9시부터 늦은 6시까지 종일반을 운영한다. 그러나 교육청에 확인해본 결과 일반학교 초등 돌봄교실은 방학 중엔 늦은 1시에서 5시까지만 운영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희망자가 있으면 최소 한 학급은 열도록 했다. 오후 5시에서 밤 10시까지도 학생 수요가 있으면 운영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도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보조 인력은 없다.

         

        정 씨도 특수학교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특수학교도 셔틀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 하고, 그마저도 과밀학급이라 학생은 받지 않는다.

         현재 서울에는 총 29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이중 국립이 3개, 공립이 7개, 사립이 19개다. 장애유형별로 보면 정신지체 15개, 지체장애 5개, 청각장애 4개, 정서장애 3개, 시각장애 2개이다.(2013년 특수교육통계 참고) 25개 자치구로 이뤄진 서울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장애유형별로 각 구에 한 개의 특수학교도 없는 상황이다. 정 씨는 “특수학교는 일찌감치 포기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정 씨에겐 한 가지 고민이 더 생겼다. 올해 초등 6학년이 된 열세 살 ‘큰 아이’ 문제다. 종현이가 태어나면서 누나는 자연스레 부모의 관심을 덜 받고 컸다.

         

        “종현이 때문에 신경을 너무 못 써줬다. 어릴 때는 몰랐다.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다 보니 많이 위축되어 있다. 주변에서는 큰 아이 심리치료를 권하고 있다. 현재 알아보는 중이다.”

         

        첫째도 심리치료를 받게 되면 그 치료비 또한 정 씨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 맞벌이 포기한 가정 마이너스통장으로 치료비 메워

         

        박다은 씨(가명) 경우는 고민 끝에 결국 맞벌이를 포기하고 남편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박 씨의 아들 승호(가명)는 자폐성장애 1급이다. 승호도 1년을 유예하고 9살인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승호도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닌다. 그러나 승호는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박 씨는 장애아동도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입학소집일 당시, 학교 측의 태도 때문이었다.

         

        입학소집일에 교무주임은 “돌봄은 일반 아이들 가는 거니깐, (승호는) 치료실 가야 하니 안 가시죠?”라고 물었고 박 씨는 엉겁결에 “치료실 가야죠”라고 답했다. 속상했지만, 그 뒤 돌봄교실 관련해 다시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박 씨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내 아이 장애 때문에 학교도 어려움이 있겠거니 생각한다. 승호가 과잉행동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돌봄교실)은 원래 안 되는가 보다 생각했다.”라며 “앞으로 6년 동안 다녀야 하니 (대꾸라도 하면) 피해 입을까 봐 위축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박 씨도 돌봄교실이 필요했다.

         

        박 씨는 현재 한 달에 백만 원가량을 아이 치료비로 쓴다. 복지부에서 지급하는 바우처를 제외하면 한 달에 70만 원 넘는 돈이 아이 치료비로 들어간다.

         

        박 씨에게는 승호 외에 대학생과 고3 누나가 있다. 대학 등록금과 고3 교육비 등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승호 때문에 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3 둘째 아이 과외도 하나 시키지 못하고 승호 치료비 위주로 돈이 나간다. 그렇게 박 씨는 노후 대책도 포기한 채 마이너스 통장으로 아이 치료비를 메꾸고 있다.

         

        승호가 복지부로부터 받는 한 달 활동보조시간도 104시간이다. 주중 5시간 정도씩이다. 박 씨는 “하루 5시간씩밖에 활동보조를 못 쓰니 직장을 온전히 다닐 수 없다. 일하려면 ‘알바’로 뛰어야 한다.”라며 “연휴에 안 쉬는 회사도 있다. 주5일제도 있지만 여전히 주6일 근무도 많다. 장애 때문에 걸리는 게 너무 많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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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0일, 80여 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의 부모가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인 발달장애인법의 4월 내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단행했다.

         

         

         

        # 장애아동 전문 활동보조교육 필요…발달장애인법, ‘맞벌이 부부’ 짐 덜어줄지 ‘의문’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한 달 치료비로 사용한다. 현재 그 경제적 부담은 온전히 가정의 몫이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려고 해도 장애아동의 돌봄 역시 가정의 몫이기에 대부분 벌이를 포기하게 된다. 발달장애 1급(중학교 1학년)의 자녀를 둔 마포장애인부모회 이종민 회장 역시 그렇다.

         

        이 회장은 “돌봄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고 해나가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공동돌봄에서도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여전히 배제된다.”라며 “장애아동을 둔 부모에 대한 지원체계는 지역에도, 학교에도 전무해 개인의 몫으로만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활동보조서비스뿐이다. 그러나 장애아동 돌봄을 전문으로 교육받은 활동보조인이 없고, 부족한 활동보조 시간은 맞벌이 부부의 삶을 충분히 뒤받쳐 주지 못한다. 

         

        이 회장은 “현재로선 불안정한 활동보조인의 노동환경으로 질적인 부분이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아이를 안심하고 맡긴 채 일할 수 없다. 차라리 내가 조금 덜 쓰고 내 아이를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장애아동 활동보조인은 특히 소통과 공감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교육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4월 29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시행령 작업 등을 거친 뒤 2015년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법이 과연 장애아동을 둔 맞벌이 부부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발달장애인 개인에 맞춘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에 통과된 발달장애인법은 하위 법령과 시행령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고 있어 하위법령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 권한은 정부와 복지부에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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