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마비 아내 간병하다 남편 숨져
보살핌 받지 못한 아내도 뒤따라 숨져
자식들을 외국으로 떠나 보내고 둘이서만 의지해 살던 노부부가 어버이날인 8일 함께 숨진채 발견됐다.
하반신 마비인 아내를 간병하다 남편이 숨지면서 할머니마저 보살핌을 받지 못해 뒤따라 숨진 것으로 보인다.
부산 범천동 김모씨(70)와 이모씨(66) 부부가 숨진채 발견된 것은 어버이날인 8일 오전 11시쯤이었다.
며칠동안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긴 아파트 이웃 주민이 김씨 집을 방문해보니 두 부부가 안방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
경찰이 시신을 검안한 결과 할아버지 김씨는 일주일전인 지난 1일쯤,할머니 이씨는 지난 5일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뒤늦게 발견된 죽음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 노부부의 사연이었다. 이들 부부는 각각 장애 2급과 5급의 장애인들이었고 특히 아내 이씨는 중풍으로 인해 하반신 마비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10년전 아들이 외국으로 유학간데 이어 딸 역시 수년전 해외로 시집가면서 김씨 홀로 아내를 돌봐야 했다.
젊은 시절 외항 선원이었던 김씨는 서툰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시키는 등 극진히 간병하며 남다른 금실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내 이씨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참극에 이르고 말았다.
경찰은 평소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에 시달리던 김씨가 힘든 병수발을 견디지 못해 심근경색으로 숨졌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씨마저 남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다 닷새만에 뒤따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담당 경찰은 "할아버지가 죽고나서 보살펴줄 사람이 없어지니까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도 굶주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정의 달 5월에 알려진 김씨 부부의 비극이 이들 자녀는 물론 주변사람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부산CBS 강동수 기자 |